그 길 위에 있었다.

On the road

나는 어느 소셜매체에서 친구 둘이 국토대장정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영상을 본 후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그에 상반되어 나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마트에서 언니랑 장을 보던 중 홀연히 “우리 언젠가 국토대장정을 해보자.” 라고 말하였다. 그 언젠가는 그로부터 한달 뒤가 되었고, 우리는 국토대장정의 길 위에 서게 되었다.  기간은 약 한 달을 목표로 하였고, 어깨에는 이것저것 짐들을 넣은 15kg 가까이 되는 무게의 40L 짜리 배낭이 매어 있었다. 숙박비를 아끼자며 챙겨간 원 터치 텐트는 하루씩 번갈아 가며 들었다. 우리는 어느 정도 무모하였고, 무지했다. 그저 앞에 난 길을 따라 걷기만 하였다. 사실. 대장정은 ‘그냥’ 걷는 것 외에는 거창할 것이 없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이 힘들었다. 출발 전 대장정에 대한 로망이나 목표 따위가 있었다. 예를 들면 걷는 시간 동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세우는 것 대한민국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만끽할 것 등이다. 하지만 대장정 이라는 노정은 나의 소박한 바램을 성취 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머리 속은 백지장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그 날의 목적지에 도착하여야 했기 때문에 여유롭게 풍경들을 감상할 여유도 없었다. 어쩌면 내 마음과 정신의 문제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였다. 반정도 걸어왔을 무렵 나는 여태 걸어왔던 길들을 떠올렸다. 다르지만 모두 같은 길들이었다.  앞으로는 끝이 없는 듯이 길게 이어진 길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돌려 보면 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의 바다가 존재하였다.그 길 위에서 나는 점점 작은 존재로 변모되어 걷기를 그만두고 싶어졌다.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바람이 불었고, 태양 빛이 피부에 와 닿았다. 바다에는 파도가 치며 거품이 일었고, 하늘에는 새들이 날아다녔다. 바다 앞 담벼락에서는 할머니가 오징어를 널고 있었다. 꽃들은 흩날렸고, 꽃 사이로는 나비와 잠자리들이 날아 다녔다. 발 밑으로 모래알들이 느껴졌고, 발 끝으로 돌들이 차졌다.
나는 또 다시 ‘그냥’ 걸어나갔다.

길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무한히 큰 존재 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들의 조화로움이 존재한다. 나는 그 길 위에서 무한한 것과 작은 것들의 조화를 느꼈다. 그것은 어쩌면 살아가는(살아지는) 일생. 삶과 같을 것이다.

우리는 10월 가을이 시작 되던 때 출발하여 가을이 지날 무렵 도착하였다.











People.



Book.



Po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