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기록
dividual
2014년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dividual]은 23살에서 33살까지의 기록이다. 매년 기록한 사진에는 그 나이 때의 내가 걸었던 길, 어울렸던 사람, 당시의 고민이나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카메라를 처음 잡았을 때는 이미지로서의 사진과 카메라를 조작하는 손끝의 감각들이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사진에서 당시의 내 감정이 느껴지는게 신기했다. 10년 즈음 되니 사진에서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개인적이지 않은 기록이라 생각한다.
나의 29살은 어떤 터닝포인트가 되는 나이였다. 끝냄과 시작됨이 새로이 결정되는 나이. 20대는 겹겹의 고민들 만으로 고되면서도 날 것의 자유로움을 누리는 나이대. 29살 이라는 기로에서 모난 돌로 머물 것인지 다듬어진 돌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선택의 시간은 그다지 느긋하지 않았다. 대형 파도에 휩쓸리듯 많은 것이 단번에 바뀌었다. 실제로는 단번에 바뀐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손가락 마디마디 힘주어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단번에 놓게 되었다. 허망했다. 그간의 세월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었다. 나의 일상과 감정이 무너졌다. 자주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하면서 많은 공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산책의 공상들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공상으로 얻어낸 원하는 삶과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 해야 될 가장 쉬운 일부터 하나씩 해나갔다. 하나씩 하다 보니 형태가 생겼고, 만들어진 형태들은 삶에 자연히 스며 새로운 일상을 만들었다. 새로이 만들어진 일상은 꽤나 고요하고, 여유 있었다. 지난 과거를 돌아 볼 힘도 생겼다. 과거에는 여러 명의 내가 있었다. 10년간 여러 명의 나를 떠나오면서 동시에 새로운 나를 맞이했다.
떠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자기 자신의 현실 속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끝과 시작처럼 떠난다는 것과 되돌아온다는 것은 하나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 최승자, 1984-